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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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2004. 8. 26. 2002헌가1 전원재판부)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제청신청인 이○수
대리인 법무법인 새한양(담당변호사 오종권) 외 7인
당해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1고단5819 병역법위반

【주  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 겸 제청신청인은 현역입영대상자로서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병무청장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5일이 지나도록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공소제기되어 재판계속 중이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종교적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제청신청(2002초기54)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2002. 1. 29. 위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불참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5일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 사상이나 양심 또는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ㆍ종교적 병역거부(이하 ‘양심적 병역거부’라 한다)의 경우에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의무인 병역의무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적 기본권인 사상ㆍ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을 일으키므로 그 본질적 내용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자를 조화ㆍ병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병역법은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바,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자(이하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한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2)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과 동유럽국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국제연합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서도 이에 대한 인정을 회원국에 권고 또는 의무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권리(이하 ‘양심적 병역거부권’이라고 한다)를 인정하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헌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나. 제청신청인의 위헌제청신청이유
(1)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제37조 제1항은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경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진ㆍ선ㆍ미를 추구하면서 유한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종교와 양심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데,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을 형벌로 제약하는 것은 이들 조항에 대한 위배에 해당한다.
(2) 헌법 제11조가 종교 등을 사유로 하는 차별취급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진실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강제로 징집을 실시하거나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 여성이나 일정한 질병 및 심신장애를 가진 자를 병역의무자에서 제외하는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의무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한, 합리적 차별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겪은 과거의 불이익을 고려할 때,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관점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3)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정신적인 강제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며, 사상의 다원성을 그 뿌리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불가결한 활력소인바, 형벌을 부과하여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이나 종교에 대한 본질적인 부담을 주는 것인 반면, 징병의 강제를 통한 국가의 이익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강제징집을 하지 않더라도 충족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의 법질서가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형벌을 통해 이들의 징집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4) 종교의 자유 중 신앙실현의 자유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한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 제한의 필요성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나 과잉금지의 원칙일 것인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극소수의 인원에 불과하여 국방상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이어지지 아니하며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5)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할 경우 평등권위반이나 병역기피자 양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것은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합숙생활 등에서 현역복무에 상응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면 문제가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병인원의 0.2% 정도인 점과 현대전이 과학전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 등에 비추어 볼 때, 대체복무제의 실시는 국방에 위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인력사용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장의 의견
(1) 병역의무의 이행은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인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병역을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국가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객관적으로 현역복무가 불가능함이 드러나는 신체장애자와 객관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같게 취급할 수는 없고, 오히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부과의 예외규정을 두면, 대다수 국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특정 종교를 이유로 그 신자들에게만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양심상 병역거부를 양심실현의 자유에 포함시켜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제한이 가능한 권리로서 그 대외적인 표현이나 실현은 개인의 국가에 대한 기본적 의무에 의하여 제한되므로, 개인은 그 양심에 반할지라도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없으며, 따라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쟁행위를 거부하는 것인바, 우리나라와 같은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군사교육을 포함한 병역의무를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군사교육 자체가 곧 전쟁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것이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라. 국방부장관의 의견
(1)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입법자의 입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상의 권리에 지나지 않고, 가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양심실현의 자유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제한이 가능한 권리인바, 우리나라에 적대적인 무력집단의 전쟁야욕을 억제하고 국가적 정당방위차원에서 징집된 자에게 집총을 명하는 것은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쟁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진 자에게 국가가 평시에 병역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신념에 위협을 주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없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기초군사훈련과 8주간의 예비군훈련 그리고 전시동원소집의무까지도 면제해 달라는 것으로 이는 현행 병역법상의 보충역제도와도 그 성격이 다른 사실상의 병역면제를 의미하고,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체복무를 선택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징병제의 본질인 획일성과 평등성에 반하며, 다른 종교신봉자들은 물론 병역의무이행자나 군대 내의 잠재적 병역거부자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3) 우리나라와 같이 복무여건이 열악한 현실에서 대체복무를 인정하게 되면,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고, 더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기 위한 심사절차의 엄격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징병제의 획일성과 통일성이 손상되어 징병제가 와해될 우려가 있으며, 나아가 현역복무와 동등한 고역의 정도를 가진 업무를 군대 밖에서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대체복무제도를 국가안전보장과 조화로운 제도로 볼 수 없고, 현행 현역복무기간이 2년 내지 2년 4월임을 감안하면, 병역의무의 실효성확보를 위해 입영불응죄의 법정최고형을 3년으로 하고, 1년 6월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제2국민역에 편입하여 더 이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마. 병무청장의 의견
국방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양심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 및 보장내용
(1)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의 법질서와 개인의 내적ㆍ윤리적 결정인 양심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개인의 양심을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 국민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다수에 의하여 결정된 법질서에 대하여 복종을 거부한다면, 국가의 법질서와 개인의 양심 사이의 충돌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판례집 9-1, 245, 263 ; 2001. 8. 30. 99헌바92등, 판례집 13-2, 174, 203 ; 2002. 4. 25. 98헌마425등, 판례집 14-1, 351, 363). 즉, ‘양심상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 유지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체계 내에서 양심의 자유의 기능은 개인적 인격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2)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ㆍ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질서와 사회질서를 그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그들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양심상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예외에 속한다. 양심의 자유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다수의 양심이 아니라,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따라서 양심상의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ㆍ세계관 또는 그 외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의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3)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크게 양심형성의 내부영역과 형성된 양심을 실현하는 외부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보장내용에 있어서도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말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란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 구체적으로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반면,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할 것이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166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은 제39조에서 국민의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구체화하는 병역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현역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병역기피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여기서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참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종교관ㆍ가치관ㆍ세계관 등에 따라 전쟁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이 형성되었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결정은 양심상의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강력하고 진지한 윤리적 결정인 것이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은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상황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내용의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질서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에 개인에게 그의 양심의 목소리를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하여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 할 자유’, ‘양심에 반하는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 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편, 헌법 제20조 제1항은 종교의 자유를 따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종교의 교리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의 자유도 함께 제한된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양심뿐만 아니라 비종교적인 양심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기본권이므로, 이하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국군의 신성한 의무라고 규정하면서 제39조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제76조 제1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91조에서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도록 규정하는 등 ‘국가의 안전보장’을 중대한 헌법적 법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ㆍ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헌법이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는가와 관계없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이며, 국방의 의무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이 채택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
(1) 헌법적 질서의 일부분으로서 양심실현의 자유
(가)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내면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양심형성의 자유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서 양심을 실현할 자유를 함께 보장하므로, 양심의 자유는 법질서나 타인의 법익과 충돌할 수 있고 이로써 필연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양심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민 모두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은 국민 누군가의 양심과 충돌할 가능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유로서 실정법적 질서의 한 부분이다. 기본권적 자유는 법적 자유이며, 법적 자유는 절대적 또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수 없다. 국가의 존립과 법질서는 국가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의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모든 기본권의 원칙적인 한계이며, 양심의 자유도 헌법적 질서 내에 자리잡음으로써 모든 헌법적 법익을 구속하는 이러한 한계가 이미 설정되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개인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합헌적인 법률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의 양심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현상으로서 비이성적ㆍ비윤리적ㆍ반사회적인 양심을 포함하여 모든 내용의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법질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사고는 법질서의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나)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도 도출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일방적인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하고 있지 않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2) 국방의 의무와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의 특수성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 문제는 ‘양심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적 법익’ 및 ‘국가의 법질서’ 사이의 조화의 문제이며, 양 법익간의 법익형량의 문제이다.
그러나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과정은 특수한 형태를 띠게 된다.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의 여부 등의 심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 기본권이 공익상의 이유로 양보해야 하는가를 밝히는 비례원칙의 일반적 심사과정은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왜곡ㆍ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다. 이 사건의 경우 종교적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에게 병역의무의 절반을 면제해 주거나 아니면 유사시에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는 조건 하에서 병역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경우에는 법익교량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공익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루어 양 법익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심의 자유’와 ‘공익’ 중 양자택일 즉,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
(1) 개인이 법률에 의하여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법률이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윤리적 갈등상황을 특별히 배려해 주지 않는다는 것 즉, 개인의 양심상의 갈등상황을 고려하는 의무면제규정이나 대체의무규정과 같은 특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문제삼는 경우이다.
국가가 양심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는가의 문제는 법공동체가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는 방법을 통하여 양심상의 갈등을 덜어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결국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국가가 민주적 공동체의 다수결정과 달리 생각하고 달리 행동하고자 하는 소수의 국민을 어떻게 배려하는가.’의 문제, 소수에 대한 국가적ㆍ사회적 관용의 문제이며, ‘국가가 자신의 존립과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개인의 양심도 보호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양심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요청으로서 가능하면 양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질서를 형성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기본권이다. 법적 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법적 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실현과 법질서를 위태롭게 함이 없이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이 제거될 수 있다면, 입법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개인의 양심과 국가 법질서의 충돌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예외규정을 두더라도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입법자가 공익이나 법질서를 저해함이 없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일방적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위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아무런 대체의무의 부과없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의무로부터 면제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가 국민의 의무로부터의 예외를 요청한다면, 국가적 관용과 예외의 허용이 소수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가능하면 다른 대체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이러한 불평등적 요소를 상쇄해야 한다.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의무부과의 불평등적 요소를 가능하면 제거하면서도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는 수단 즉, 양심과 병역의무라는 상충하는 법익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안으로서 대체적 민간복무제(이하 ‘대체복무제’라 한다)가 고려된다.
대체복무제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국가기관,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익적 업무에 종사케 함으로써 군복무를 갈음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현재 실제로 다수의 국가에서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근거에 의하여 이 제도를 도입하여 병역의무와 양심 간의 갈등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국가의 전투력, 병력수요, 징집대상인 인적 자원의 양과 질, 대체복무제의 도입시 예상되는 전투력의 변화, 한국의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가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 병역의무이행의 평등한 분담에 관한 국민적ㆍ사회적 요구, 군복무의 현실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상이한 평가와 판단이 가능하다.
(가)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국방력은 전투력에 의존하는 것만도 아니고, 현대전은 정보전ㆍ과학전의 양상을 띠므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병역의무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의 형평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나, 양심의 보호와 형평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대체복무의 부담이 현역복무와 등가관계가 성립되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한다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병역기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역거부가 양심상의 결정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대체복무제도라는 대안을 채택하더라도 국방력의 유지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예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간의 군비경쟁을 통하여 축적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북이 아직도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다. 이와 같이 고유한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 및 병역부담의 평등원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국방의 개념, 현대전의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국방력에 있어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금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의 자연감소도 감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역복무의 힘든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를 통하여 부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부담의 등가성을 실현하려는 나머지 대체복무가 양심실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또한 비록 현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4) 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여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자신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예측판단권은 법률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 및 침해되는 법익의 의미, 규율영역의 특성,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이 클수록, 개인이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타인과 국가공동체에 영향을 미칠수록 즉,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클수록, 입법자에게는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까지는 공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가의 판단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겨져야 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 432-433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양심상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양심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로부터 요구하는 권리이자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로부터 파생하는 양심보호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의 여부 및 그 방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이로써 기본권행사의 강한 사회적 연관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5) 국가안보상의 중요정책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과제이다. 국가의 안보상황에 대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입법자는 이러한 현실판단을 근거로 헌법상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법률로써 구체화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병역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입법자는 법익형량과정에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양심의 자유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법익형량의 결과가 국가안보란 공익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는 양심의 자유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입법자의 결정은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서 입법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바. 평등원칙의 위반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에서 병역거부에 이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같이 취급하여 처벌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으나, 이는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의 판단으로 귀착되므로,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에 대한 예외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제청신청인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 제11조에 반하여 종교를 사유로 차별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거부가 양심에 근거한 것이든 아니든, 그 양심이 종교적 양심이든, 비종교적 양심이든 가리지 않고 통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일 뿐, 종교를 사유로 차별을 가하는 것이 아니다.
제청신청인은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심신에 장애나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거나, 보충역 및 예술, 체육 분야에 특기를 가진 사람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것과 비교하여 평등원칙위반을 주장하나, 제청신청인이 그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이에는 병역복무의 관점에서 볼 때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여 다른 취급을 한다 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사. 입법자에 대한 권고
(1)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공동체의 주요한 현안이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여호와의 증인을 중심으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현상이 존재하였고,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불교신자, 평화주의자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병역기피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 임ㆍ직원으로의 취업을 제한받고 각종 관허업의 허가ㆍ인가ㆍ면허 등을 받을 수 없으며(병역법 제76조), 형사처벌을 받은 후에도 공무원임용자격이 상당한 기간 동안 박탈되는 등(국가공무원법 제33조 등) 사회적으로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비록 아직 소수에 불과하나,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으로 인하여 양심갈등의 상황이 집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그 동안 충분히 인식하고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에 관하여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나름대로의 국가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국제적으로도 이미 1967년부터 유럽공동체, 국제연합의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결의를 반복하기에 이르렀고, 1997년 국제연합의 조사에 의할 때, 징병제를 실시하는 93개국 중 양심적 병역거부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는 국가는 약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입법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 입법자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공익이나 법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인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을 완화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의무위반시 가해지는 처벌이나 징계에 있어서 그의 경감이나 면제를 허용함으로써 양심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과 아래 6.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 및 아래 7.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우리는 국방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인식을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필요하고도 가능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과는 다른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양심의 자유의 의의
(1) 오늘날 주요 민주주의국가에서 양심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권 중에서도 근원적인 기본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개인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변세계 안에서의 위치와 행동방향을 찾아 자신의 진지하고도 강력한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가치상대주의와 세계관적 중립성을 토대로 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의사가 자유롭게 형성되고 나누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므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전제가 되며, 이것이 없이는 학문ㆍ예술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도 제19조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을 독립적으로 두고 있다. 양심을 형성하게 되는 근원은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념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나 신앙일 수도 있으며, 그밖에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관ㆍ윤리적 판단일 수도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종교적 양심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에 의한 보호가 중첩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근원에 의해 형성된 것이든 양심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정도의 진지성이 있어야 하며 그와 같이 강력하고도 진지한 양심인지에 대한 판단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한편, 양심의 내용에 대한 외부인의 평가에 따라 양심인지 여부가 좌우될 수 없고 그 가치의 고하가 가려져서도 아니 된다. 강력하고도 진지한 마음의 소리이기만 하면 양심으로 보아야 하며 사회와 국가 또는 인류에 유익한 것인지 등은 보호대상이 되는 양심인지 여부를 가릴 때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내용에 대한 평가는 양심실현을 자유로이 허용할 경우 국가안전보장이나 사회질서 또는 공공복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내면에 머무르는 양심은 절대적 자유로 인정되며 제한이 허용되지 않는 데 반해 표명여부나 작위ㆍ부작위 등에 의해 양심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다른 대부분의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어떠한 행동이 제한이 가능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 하여 가볍게 취급할 수는 없다. 사람은 내면의 세계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세계와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 것이며, 마음과 행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행동이 내면과 일치하여야 그 마음이 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심에 따른 행동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사회질서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내심의 생각에 머무른 것에 비하여 사회적 관련성이 크므로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
(3) 양심의 자유의 제한을 의도하지 않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에 있어 그 법률이 명령하는 것과 일치될 수 없는 양심의 문제는 법질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 ‘예외 또는 면제’를 일종의 특혜로 보고 이에 의한 양심의 자유의 실현은 권리로서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보기 쉽다.
그러나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가 선택한 가치가 이상하거나 열등한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고 양심은 어디까지나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도 다수결원리가 전적으로 우선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여 ‘혜택을 부여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법률의 합헌성 여부 심사는 다른 기본권침해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나. 헌법가치의 갈등과 입법자의 의무
(1) 일반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헌법가치들이 갈등관계에 있을 때 입법자는 각 헌법가치들이 공존하면서 최적의 상태로 실현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본권과 여타의 헌법가치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에도 입법자는 일방적으로 다른 헌법가치만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돌이나 갈등상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며 대안마련이 불가능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의 제한에 그치지 않으면 안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원리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대안의 마련이 필요하고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면, 입법자는 위와 같은 기본권제한원리를 준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한편,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국가안보의 현실적 여건과 국가존립에 필요한 국방력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방의무를 구체화할 권한과 책임을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특히 국방관련제도 중에서도 징집대상자의 범위는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하는 사항으로서 본질적으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부여되어 있다(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판례집 14-2, 704, 710 참조). 그러나 ‘국방’에 간접적ㆍ추상적으로라도 관계된다 하여 언제나 이와 같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계속되는 처벌 및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오랜 기간 병역을 거부하여온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들의 집총병력형성의무 이행확보 보다는 주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에 따른 형평문제와 부정적 파급효과를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갈등의 해결을 국방력이 약화되거나 병역부담의 평등이 훼손되어도 양심을 보호하는 편을 선택하는 것에 두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외인정으로 인한 형평문제와 부정적 파급효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의 모색은 징집대상자 범위나 구성의 합리성과 같이 본질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국방의 전형적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된 대안의 모색이 국방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입법자의 재량이 위와 같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다.
(3)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중심으로 반세기 동안 줄곧 문제가 되어 왔고, 이들이 징역형에 의한 처벌을 비롯하여 많은 불이익을 내내 감수하면서도 양심을 고수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이 가진 양심이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진지하고도 강력한 마음의 명령이라는 사실이 더 이상 논란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헌법상 병역의무와의 갈등상황은 심각한 상태라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국방의 의무를 전제로 입영대상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양심실현의 자유를 이유로 한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국방에 지장이 없는지, 대안으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가 부정적 파급효과를 방지하고 평등문제를 해소할 적절한 대안인지 여부와 이러한 사항들이 모두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다.

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
(1)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이념이 객관적으로 정의에 부합하는지, 사상적ㆍ인격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개인 차원에서든 국가 차원에서든 사유를 불문하고 일체의 살상을 거부하는 사상은 역사상 꾸준히 나타났으며, 비폭력, 불살생, 평화주의 등으로 나타나는 평화에 대한 이상은 그 실현가능성 여부에 불구하고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다. 우리 헌법 역시 전문에서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을 선언하여 이러한 이념의 일단을 표현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왔고 국제기구들에서도 끊임없이 각종 결의와 결정을 통해 그 보호필요성을 확인해온 것은 이 문제가 위와 같은 인류 보편의 이상과 연계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를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기본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납세 등 각종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함을 부정하지 않고, 집총병역의무는 도저히 이행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병역의무 못지않게 어려운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라 칭하는 것에 대하여 그렇다면 “군대에 간 사람은 비양심적이고 거부하는 사람은 양심적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기서 양심적이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평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개인이 그 자신의 거역할 수 없는 마음의 명령으로 인해 병역거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할 뿐인 것이므로 국방의 의무의 신성함과,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기꺼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정신과 노고를 평가절하 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2)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이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형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정기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3호). 또한 병역기피자로 간주되어 공무원 또는 일반 기업의 임ㆍ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해직되어 직장을 잃게 되므로(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93조 제1항) 석방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전에 취득하였던 각종 관허업의 특허ㆍ허가ㆍ인가ㆍ면허 등도 모두 상실한다(같은 법 제76조 제2항). 이러한 법적인 불이익과는 별도로 이후 사회생활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자로서 받는 여러 가지 유ㆍ무형의 냉대와 취업곤란을 포함한 불이익 역시 감수하여야 한다.
특히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와 신념을 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경우 부자가 대를 이어 또는 형제들이 차례로 처벌받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준다. 실제로 아버지가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로 4년의 수감생활을 한 이후 두 아들이 같은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고 셋째 아들도 같은 이유로 처벌을 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네 형제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차례로 2년 또는 1년 6월의 징역형으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실로 섬뜩하기까지 하는 이러한 사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형벌과 사회생활에서의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보존하려는 이들의 양심의 무게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혹 이들의 절실한 양심을 가볍게 치부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 대체복무제의 필요성과 가능성
우리는 양심의 자유가 정신적 자유권 중에서도 기본적인 중요한 권리이며 양심실현의 자유도 경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현행법과 양심과의 갈등의 심각성, 이를 둘러싼 국내외의 축적된 논의와 경험, 이 문제에 관한 입법자의 재량정도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에게 대안의 마련 등으로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평등한 이행 등의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의무가 생겼으며 현실적으로 그 이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1)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집총병역에 종사하는지 여부 그 자체가 전체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병무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형사처벌을 감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는 매년 약 400명,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매년 약 600명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사이에 불교신자 또는 평화주의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로서 입영을 거부하여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의 수는 모두 10명 미만으로 나타난다. 한편, 현역병으로 병역처분이 되는 인원은 매년 약 30만 내지 35만 명이고, 2003. 1. 1.을 기준으로 제1국민역에 편입된 인원은 약 35만 명이며, 신체검사결과 단기적으로 부족한 병력을 충당할 대상인 보충역으로 병역처분이 되는 인원은 매년 약 4만 명,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영하는 인원은 매년 약 3만 명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수(數)의 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병력이나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들이 병역법이나 군형법 제정이래 반세기 동안 형사처벌 및 이에 뒤따르는 유ㆍ무형의 막대한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여왔다는 사실은 형사처벌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한,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들 또는 장래의 잠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그러므로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인정과 관련하여 우려할 것이 있다면 병역의무의 형평문제일 것이다. 이들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확보가 어려울 수 있고, 그 파급효과로 전체적인 병역제도가 신뢰를 잃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들이 증가하여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한 전체 병역제도의 실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병역기피풍조를 방지한다는 의미에서의 일반예방적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위와 같은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상황, 병역의무이행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부담의 막대함, 병역비리문제, 병영시설과 군대문화 등 군 복지에 관련된 문제 등으로부터 비롯된 평등한 병역의무이행에 대한 강한 요구와 좀처럼 끊이지 않는 병역기피풍조가 우리사회에 확산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위와 같은 문제들이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병역의무의 평등한 이행, 병역기피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하여 입법자가 이론적, 현실적으로 해결해나갈 방법을 찾아내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측은 대안에 대한 진지하고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다. 양심보호와 형평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징병제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한다.
(가) 우선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하는 문제에 관하여 살펴본다.
모든 국민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국토방위에 참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우리 국방제도의 핵심이며 국가공동체를 유지하고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켜온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면제할 경우 필연적으로 수반될 국방의무이행의 불평등은 심각한 의미를 지니며, 이는 또 다른 헌법위반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0-861 참조)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은 반드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의무이행의 강제와 처벌에 의하여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현역복무이행의 기간과 부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회복이 가능하며, 부당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불식할 수 있다.
그 의무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덴마크,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대만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 하여금 군에서의 비전투복무 또는 민간에서의 대체복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를 해결하고 징병제를 별 문제없이 유지하여 왔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구제활동, 환자수송, 소방업무, 장애인을 위한 봉사, 환경미화, 농업, 난민보호, 청소년보호센터 근무, 문화유산의 유지 및 보호, 감옥 및 갱생기관 근무 등을 민간에서의 대체복무로 이용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조금만 제도를 변경하면 충분히 대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입법자는 입영을 거부하지 않으나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하여 이들이 집총 또는 전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고, 현행 보충역제도를 일부 변경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적용되도록 할 수도 있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 하여금 국가ㆍ공공단체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거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가진 자들의 경우 이를 활용하여 공익을 위해 복무하도록 한다면, 현역집총복무를 강요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보다 넓은 의미의 안보에 실질적으로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병역법이 신체검사결과 현역병근무가 가능한 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공익목적 지원업무나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ㆍ체육분야 및 개발도상국가 지원업무에 종사하는 공익근무요원제도(제26조 제1항)를 둔 것이나 보충역에 편입되어 공중보건의사나 국제협력의사, 공익법무관 등으로 복무할 수 있는 제도를 둔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보충역의 경우 최대 60일(통상 30일)의 범위에서 군사교육을 받아야 하고(병역법 제55조 제1항, 시행령 제108조) 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전시ㆍ사변 또는 동원령이 선포되면 부대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한 병력동원소집의 대상이 되며, 이를 위해 연간 30일 이내의 병력동원소집훈련을 받아야 하므로(병역법 제44조, 제49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이와 같은 의무들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의무의 등가성의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군사훈련 대신 일정한 기간 외국의 대체복무제도에서 볼 수 있는 체력훈련을 하도록 하고 복무기간을 병력동원소집훈련기간을 감안하여 현역복무기간보다 길게 정한다면, 이러한 문제 역시 해결이 가능하다.
(나) 다음으로 병역기피자들의 증가로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한 전체 병역제도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병무행정의 공정성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근절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곧 또 다른 형태의 병역비리 또는 기피의 요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국민의 상당수가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역복무와 이를 대체하는 복무의 등가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하여 현역집총복무를 기피하려 한다면, 이는 대체적인 업무에 복무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므로 대체복무의 부담과 어려움이 커질수록 병역기피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부담의 등가성확보가 국방의무의 형평성보장과 함께 병역기피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병영시설 등 군에 대한 처우와 복지의 개선이 이러한 조치들과 함께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인데, 실제로 대체복무를 실시한 나라에서는 군의 복지도 아울러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물론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대체복무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되거나 또 다른 헌법위반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는 대체복무내용 자체의 비합리성문제로 귀결되는 것뿐이지, 이로부터 현역집총복무를 대신하여 다른 유형의 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현역집총복무의 일률적 강제가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병역의무의 형평과 병역기피의 급증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현역입영면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해 나아갈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 시행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기피한 자들에게 현역집총복무를 강요하기 위하여 징역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반드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제법규 측면에서도 인정할 필요성이 높다.
1966년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8조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1993년 국제연합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 관한 일반의견 제22호(General Comment No. 22)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의무는 양심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 혹은 믿음을 표현하는 권리와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위 제18조 규정에서 도출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국제연합인권위원회(Commission of Human Rights)도 반복된 결의를 통하여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예를 들면 위 위원회는 1987년 결의 제46호에서 “일반적인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한다.”고 명시하였고, 1993년 결의 제84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금지와 함께 “대체복무는 비전투 또는 민간복무의 형태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형벌적인 성격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또한 1998년 결의 제77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재차 확인하면서 군복무 중인 자에게도 인정됨을 선언하고,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결정기관의 설립, 이들에 대한 구금 및 반복적 형벌부과 금지, 경제ㆍ사회ㆍ문화ㆍ시민 또는 정치적 권리 등에서의 차별금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하여 박해를 피해 자국을 떠난 사람들을 난민으로서 보호할 것 등을 각 국에 요청하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위 규약에 제18조에 대한 아무런 유보 없이 가입하였고, 1991년에 국제연합회원국이 되었으며, 2004년의 결의를 포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인권위원회의 최근 결의들에 직접 동참하기도 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많은 사람이 처벌된 국가는 드물다는 사실 뿐 아니라, 우리의 법률과 관행이 위와 같은 국제법규와도 도저히 조화될 수 없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미룰 수 없으며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역제도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현행 병역법상 인정되는 보충역의 경우, 신체등위의 판정과 전문적인 지식 및 능력을 기준으로 분류가 되므로 양심상의 사유로 인한 보충역은 존재하지 않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신체등위 등의 기준에 따라 보충역으로 분류된 자라 하더라도 병역법상 60일 이내의 ‘군사교육’을 받아야 하고 복무후에도 병력동원소집훈련을 받아야 하므로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역병의 경우 국방부나 관할 군부대장의 재량에 의하여 집총훈련으로부터 면제하고 의무병과 같은 업무에 복무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국방부나 관할 군부대장에게 과연 이와 같은 재량이 있는지 의문이며 일관되고 통일적인 체계와 규율을 필요로 하는 군사조직에서 이러한 개별적인 재량행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또한 재판기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현행법상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양심보호조치로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한편 지금까지 이들에 대하여 이루어져 왔던 현역집총복무의 강제와 처벌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어느 날 갑자기 또는 집행 또는 재판기관이 이들을 고려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4. 7. 15. 2004도2965 판결 참조).
무엇보다도 입법적 해결 없이 개별집행 또는 재판기관의 재량과 판단에 맡기기만 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일관된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은 또 다른 병역비리나 불평등의 논란을 낳을 것이며 양심보호의 측면에서도 미흡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들에서 이를 위한 상세한 입법을 하고 있는 것이나, 국제연합인권위원회의 결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한 사안에서 타당한지 여부를 결정할 임무를 맡을 독립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기관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1993년 제84호 결의, 1998년 제77호 결의)은 이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므로 현행법상 법적용기관에 의한 양심보호조치를 가능케 하는 요소들이 존재하거나 국가법체계 전체의 관점에서 최소한의 조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본다.

마. 결 론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인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민주적 기본질서확립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더불어, 사회의 다수와 구별되는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을 존중하고 가능한 한 수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보다 성숙되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의 심각하고도 오랜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조화를 도모할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므로 이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입영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범위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고 생각한다.

6.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

나는 주문 기재의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의 구성에 있어서는 일부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어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에 접근하는 길은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소위 민간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입법하지 않은 부작위의 위헌성을 논증하고 이로부터, 민간대체복무로의 전환 가능성을 봉쇄한 채 입영기피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 또한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이른바 집총을 거부하라는 양심의 명령에 따르기 위하여 입영을 기피하는 것은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누적된 해석을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해석이 제공하는 의미를 갖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논증하는 방식이다.
(1) 우선 첫째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규정은 입영기피자에 대한 처벌조항일 뿐이고 현역입영의무 자체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현역입영의무는 병역법 제3조(병역의무), 제5조(병역의 종류), 제16조(현역병입영) 그리고 시행령 제21조(현역병입영통지서의 송달등)에 의하여 부과된다. 그러므로 현역입영의무는 현역입영통지서의 송달과 동시에 발생하고 그 입영의무를 불이행한 때 그 처벌을 위하여 적용되는 것이 이 사건 법률규정이다. 따라서 민간대체복무 허용규정의 존재를 가정한다면 이 규정은 현역입영의무의 발생전에, 즉 입영통지서의 발송전에, 당사자의 신청, 심사와 판정 등을 거쳐 그 적용이 있게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역병과 민간인은 그 신분이 서로 상이하고 또한 현역병의 복무내용(병역법 제18조 참조)과 민간대체복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서로 상이하게 될 것이므로 현역으로 입영한 사람에게, 그리하여 현역병으로 복무할 사람에게, 민간대체복무를 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현역입영의무 발생후에 민간대체복무로의 전환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이는 이미 성립한 입영의무를 사후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이것은 민간대체복무를 허용하여야 할 사유를 ‘입영에 불응할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는 동일하고 이렇게 되면 이것은 위에서 본 둘째의 접근방식에 해당한다. 현역으로 일단 입영한 뒤에 민간대체복무로의 전환을 허용하는 규정을 만일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이 규정은 입영 자체에 불응한 자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되므로 이는 논외의 문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민간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기로 만일 한다면 이 규정은 그 성질상 현역입영의무 발생 이전의 병역의무부과의 단계에서 그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로 규정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민간대체복무를 허용하는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의 위헌성이 설혹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위헌성은 일률적인 병역의무부과에 관한 규정(즉 병역법 제3조, 제5조 또는 제16조)의 위헌성을 결과할 수는 있어도 이미 성립된 현역입영의무불이행에 대한 처벌규정(즉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성을 도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위에서 본 첫째의 접근방식으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성 여부를 논증하는 것(매), 즉 민간대체복무의 허용가능성을 입법하지 않은 부작위의 위헌성 여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성 여부를 논증하는 것은(완),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 그와 논리적으로 인과관계가 없는 사항을 들어 논난하는 것이어서 적절치 아니하다. 이 점을 먼저 지적하는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을 나는 지지하고 이 점을 간과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2) 다음으로 위에서 본 둘째의 접근방식에 대하여 본다.
법원의 누적된 판례에 의하면 “이른바 집총을 거부하라는 양심의 명령에 따르기 위하여 입영을 기피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규정 소정의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은 이러한 의미를 이미 확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의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연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즉 위에서 말한 둘째의 접근방식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바 이에 대하여는 항을 바꾸어 검토한다.

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
(1) 양심과 종교의 구별
양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윤리적, 도덕적으로 사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시키는 인간의 마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양심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면서 인간을 윤리적, 도덕적 존재로 만드는 주체이고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탱하는 기축(基軸)이 된다. 한편 신(神)과 피안(彼岸)에 대한 내적 확신1)을 의미하는 종교는 인간의 의식이 전하는 신의 가르침으로서 신의 소리이다. 그러므로 양심을 인간의 마음 스스로의 소리라고 한다면 종교는 인간의 의식이 전하는 신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양자가 일치하는 존재라고 볼 것인지 여부는 보다 높은 차원의 별개의 문제이고 일응 현상계의 문제로서는 양자가 위와 같이 그 범주를 달리 하여 구별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구별은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따로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양심의 소산(所産)으로서의 신념과 종교의 소산(所産)으로서의 신념은 많은 경우 결과에 있어서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양자를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양자는 분명 그 출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를 사실관계에 비추어 분석하여 보면 이는 청구인이 신앙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서 비롯된 종교상의 신념에 해당한다(청구인 제출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 제1면 1. 사건의 개요란에 의하면 청구인은 여호와의 증인으로서의 신앙생활을 통하여 형성된 투철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 청구인의 주장은 그 내저(內低)에 있어서 분명히 신의 소리, 신의 가르침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 있어서의 문제를 종교상의 문제인 동시에 양심상의 문제로 파악하고 보다 포괄적인 논의를 위하여 양심의 자유를 중심으로 검토를 한다고 설시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양심의 소산과 종교의 소산이 비록 동일한 외형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그 내저에 있어서 그 기초하는 바의 연원(淵源)이 다른 이상 양자를 같이 볼 것은 아니다.
(2)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먼저 본다.
(가) 우선 청구인이 집총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상의 신념 내지 종교의 교리로서 과연 올바른 것인지 여부는 따질 일이 못된다. 무소불능(無所不能), 무소부지(無所不知)의 완전한 존재임을 전제로 하는 신의 가르침에 대하여 유한의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그 내용의 당부를 따진다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국가불개입의 원칙은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인 인류의 지혜를 반영한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는 절대적인 자유에 속한다.
(나) 그러므로 헌법재판에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종교상의 신념 내지 종교 교리의 내용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일은 아니고 오로지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한정된다. 이 문제를 바꾸어 말하면 종교의 교리 내지 종교상의 신념을 표명하는 행위(교리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는 사회적 파장을 결과하는 행위이므로 이는 법률에 의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규제는 기본권제한의 문제가 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되게 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와 헌법 제39조 소정의 국방의 의무와의 관계에 대하여는 뒤에서 양심의 자유를 논의할 때 검토하는 바와 같다.
(다) 이러한 논리의 맥락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보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제5조 제1항) 아래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한 집총까지를 거부하는 것은 그 사회적 파장을 우리 헌법질서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집총거부를 허용하고 그 대안을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집총거부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총거부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남북한 사이에서만이라도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부국강병이 필요 없는 국제적 안전보장질서가 조성중에 있어야 하는데 현 단계는 그러한 여건의 충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종교상의 이유에 의한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삼지 아니한 입법자의 판단(및 법원의 누적된 해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위 종교상의 신념에 따른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보지 않는 것은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양심 자유의 문제
청구인의 집총거부가 신의 소리에 응한 것이 아니고 그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응한 것이라고 가정할 때의 문제를 마저 검토한다.
(1) 종교상의 신념이나 교리가 신의 소리라고 한다면 양심의 소리는 인간의 소리로서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윤리적 결단의 표명이다.
신의 소리에 대하여 인간이 그 내용의 당부를 따질 수는 없고 단지 그 사회적 파장의 현실적 수용가능 여부가 기본권제한의 문제로서 헌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이다.
이에 반하여 양심의 소리는 인간의 소리이므로 그 내용의 당부 즉, 그 정당성 유무를 당연히 따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양심의 소리가 내심에 머물러 있는 단계라면 그 표명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절대적 자유로 보장되어 비판에서 제외되지만 일단 표명되어 공개되면 비판에서 면제될 수 없다. 표명된 양심은 이미 자기만의 것이 아니고 자타(自他)가 사회적으로 관계하는 객관적 존재가 되므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종교의 소리가 신의 또 다른 이름으로 비판되는 것 이외에 인간의 소리로는 비판될 수 없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2) 양심의 소리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언어적 표현 이외에 행동에 의한 표현도 가능하다. 또한 표현은 점수적 궁리(漸修的 窮理)의 발현일 수도 있고 돈오적 즉발(頓悟的 卽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양심실현의 행위는 양심 표현의 한 태양으로서 자타(自他)가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객관적 존재가 되므로 양심실현의 자유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비판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편타당성이다.
양심의 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윤리적 결단의 소산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여야 하고 따라서 인간의 이성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으로 말한다면 비록 현재는 보편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획득의 가능성은 열려 있어야 한다.
보편타당성의 획득계기는 무엇인가.
학문이나 사상과 달리 양심은 윤리적 결단의 본체이므로 그 보편타당성의 내용은 윤리의 핵심 명제인 인(仁)과 의(義), 이 두가지로 집약된다.
시대와 사람에 따라 접근방식과 표현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모든 사람의 본성이 지향하는 선(善)의 구체적인 표지가 인(仁)과 의(義), 이 두가지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仁)과 의(義), 이 두가지는 인간을 존엄하게 만들고 인간을 윤리적 존재로 만드는 소이연이다. 그러므로 인(仁)하고 의(義)로운 행위는 보편타당성을 획득하고 그렇지 못한 행위는 보편타당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仁과 義의 이 사건에서의 의미는 뒤의 (6)부분 참조〕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이면 그 양심의 소리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절대적 보호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이라면 그 사회적 파장이 비록 현재의 실정법질서에서 곧바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하여 이를 규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편타당성은 양심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가 된다고 말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우선 이 경우에 그 사회적 파장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라면 비록 그 내용이 부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하여 규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범위의 것은 관용의 대상이 된다고 말하여도 좋을 것이다.
반면 보편타당성이 없는 양심의 소리가 결과하는 사회적 파장이 헌법질서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하여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양심의 소리는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구별되어 헌법상의 보호를 받는다. 첫째로 내심적 존재인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보호된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둘째 표현된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있을 때에는 역시 절대적으로 보호된다. 그러므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를 위하여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셋째 표현된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없을 때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된다. 그 결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고 그러한 필요가 인정되지 않으면 이를 제한할 수 없게 된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위와 같이 단계별로 파악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의 중요성에 걸맞게 이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 된다. 왜냐하면 종래의 견해에 따르면 대체로 내심적 단계에 머무르는 양심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결과가 되었는데 위에서 본 단계적 보호의 견해에 의하면 내심적 존재인 양심 이외에도 표현된 양심으로서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 또한 절대적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견이 취하는 바와 같이 양심의 자유가 국가에 대하여 소수자의 양심에 대한 관용을 촉구하고 관용을 위한 배려의무를 부과하는 정도의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별 내용과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만다. 이는 양심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내세우는 것과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편타당성의 유무를 기준으로 하여 양심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 두께를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보편타당성의 판단은 두 곳에서 행하여진다. 하나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이고 다른 하나는 학문의 시장이다. 양자의 판단은 상호존중적이어야 하되 사실상 상호침투적일 수밖에 없다.
(4)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 등은 그 뿌리를 모두 인간 내심의 정신적 작용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므로 양심의 자유에 관하여 위에서 논의한 바는 대체로 학문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에 대하여도 그대로 타당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의 방편으로 갈리레오의 지동설에 대한 중세의 종교재판을 오늘의 헌법재판으로 번안하여 본다면 지동설은 윤리와 도덕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우선 양심의 소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신의 소리를 전하는 것도 아니므로 종교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자연과학이라는 학문 및 이에 기초한 철학적 사상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다면 지동설의 표명은 학문 및 사상의 자유에 속하고, 그 내용이 보편타당하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면 이는 절대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중세의 종교재판은 지동설과 천동설을 종교의 문제로 본 데서 잘못되었고, 지동설의 보편타당성을 이성으로 검증하지 않고 추상적 독단으로 이를 배격한 데서 또한 잘못되었으며, 피고인을 위협하여 지동설의 부인을 강요한 점에서 더욱 잘못되었다. 당시의 사회일반의 과학에 대한 이해와 재판관들의 소양에 비추어 볼 때, 지동설의 보편타당성을 검증,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역사적 교훈이 도출된다. 양심, 학문, 사상 등의 문제에 관하여 보편타당성을 검증할 때에는 장래에 전개될 수 있는 인간 이성(理性)의 계몽 및 학문의 발전과 사회의 진화를 감안하여, 이를 부정함에 있어서 신중을 요하고 설혹 이를 부정할 경우에도 그것이 장차 보편타당성을 획득하게 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그 제재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관대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법원의 재판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사항의 하나일 것이다.
(5) 헌법상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양심의 소리는 위에서 본 것처럼 그 내용에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 내지는 보편타당성의 획득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에 한정된다. 또한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 형성과정에서의 진지함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결국 그 형성과정의 진지함과 내용의 보편타당성, 이 두가지가 양심의 소리에 대한 헌법적 보호의 요건이 되는 셈이다.
형성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예컨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생긴 것 등은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형성의 진지함은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를 구별짓는 한 단서가 된다. 자기 정체성의 표현을 의미하는 고도의 결단, 지행합일의 의미를 갖는 고도의 결단, 희생을 수인하는 결단, 이러한 진지한 결단에 연유하는 것이라야 양심의 표현에 속하고 불연이면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6) 이 사건에 돌이켜 보면 부당하고 불의한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하여 집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윤리적 결단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국토와 헌법을 수호하고 자기와 자기의 가족 그리고 자기의 사랑하는 이를 살상하는 침략에 대항하여, 그리고 대항할 준비를 위하여, 집총을 하는 것은 인간의 양심이 명하는 바라 하여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이를 크게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인식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이성이 합리적으로 사유할 때 그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바이다.
자기의 부모, 형제, 처자가 살상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이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어 인(仁)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고, 이러한 살상을 보고도 분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어 의롭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고, 다른 사람의 수고와 희생의 결과로 얻어지는 안전을 누리기만 하는 것은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없는 것이니 이는 예(禮)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침략의 위험이 목전의 것이 아니라 하여 이를 외면한다면 이는 지혜롭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이처럼 의심스러운 행위는 그 보편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침략전쟁을 방어하거나 방어를 준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집총을 거부한다는 것은 보편타당성을 가진 양심의 소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율곡 이이가 외적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하여 임진왜란의 발발 10년전인 1583년에 10만 양병을 주장한 것은3) 율곡이 양심이 없었거나 호전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고 오늘날 국민개병의 기치 아래 많은 청년이 군에 입대하여 희생을 견디며 집총을 하는 것도 그들이 양심이 없거나 호전적이어서 그러한 것은 물론 아니다. 무자비한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집단을 진압하기 위하여 U.N.이 평화유지군을 투입하는 것도 양심이 없거나 전쟁을 즐겨서 그러는 것이 물론 아니다.
그러므로 방어용의 집총까지를 거부하는 것을 보편타당한 양심의 소리라고 할 수는 도저히 없다. 미래를 헤아려 보더라도 적어도 상당한 기간 결론은 동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집총거부행위는 비록 그것이 양심의 소리에 기초한 것이라 하더라도, 침략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된 집총이 아닌 한, 보편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헌법상의 보호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7)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와 헌법 제39조의 국방의무의 관계
양심의 자유에 대한 단계적 보호를 위에서 논하면서 보편타당성이 없는 양심의 소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가 쟁점이 되고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상의 필요라는 문제는 일단은 쟁점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 중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사항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양심의 소리를 제한하려면 우선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어 그 제한의 내용이 법률로 규정되어야 한다. 기본권제한의 통상의 경우라면 기본권제한의 내용이 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이라는 것까지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함께 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39조가 규정하는 국방의 의무 내지 병역의 의무라는 것은 본질에 있어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에 응한 것이고 한편 모든 종류의 의무의 이행은 본질에 있어 불가피하게 권리의 제한을 수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이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병역의무의 이행에 수반되는 기본권의 제한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헌법 스스로 인정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병역의무의 부과 및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한,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법률에 규정할 것도 없이 이미 헌법 자체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것(헌법유보)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이미 헌법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새삼 그 유무를 다시 논의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편타당성이 없는 양심의 소리에 대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남은 문제는 그 제한의 내용이, 즉 이 사건의 경우로 말한다면 양심상의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삼지 않은 것이,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의 본질은 우선 양심의 자유로운 형성과 그 자유로운 표현(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에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양심의 자유로운 형성과 표현에 간섭하는 내용의 규정이 아니다. 다만, 청구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양심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국가가 수용하지 않는 것 뿐이다. 이 규정이 청구인을 처벌하는 것은 청구인의 양심표현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물론 있을 것이지만 이러한 간접적 억제가 양심의 자유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처벌은 양심의 내용이나 표현을 문제삼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가 국민 일반에게 부과되는 다른 차원의 법률상 의무에 객관적으로 위반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규정은 청구인에게 외형적인 복종을 요구할 뿐 청구인에게 그 양심의 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거나 복종의 당위성에 관한 내적확신까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4) 그러므로 이 규정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위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가를 포함한 병역의무의 전반적 내용은 국방의 필요를 합목적적으로 달성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본권이 합리적으로 보장되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의회가 재량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볼 때 양심상의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삼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앞의 ‘나. (2) (다)’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의회의 재량권한을 현저히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이상 이러한 측 면에서도 이 규정이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또 하나 남은 문제는 집총거부에 대한 법률상의 제재가 징역이라는 형벌로 일원화되어 있는 것이 과잉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입법재량의 문제로서 현저한 재량일탈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헌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8) 결론컨대 청구인의 집총거부가 그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응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양심의 소리는 보편타당성이 없으면서 반면 이를 수용하여서는 아니 될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가 있으므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하는 바가 청구인의 양심상의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삼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라. 의회에 대한 권고의 문제
민간대체복무의 검토 등 입법개선의 필요여부에 대한 의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다수의견의 권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상 적절치 않고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7.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가. 나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에 이르게 된 이유에 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별개의견을 밝힌다.
나. 국방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1항의 법적 성격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스스로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병역의 의무가 그 중핵적 요소라고 해석된다.
위 헌법 제39조 제1항은 국민에 대하여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어 제약을 받게 되는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개인의 자유가 제약받는다는 것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으므로, 위 규정은 신체의 자유를 비롯한 관련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그리고 헌법 스스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 규정은 관련 기본권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헌법적 가치의 상충을 규율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
(1) 국방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제39조제1항은 헌법이 그 자신의 존립기반인 국가를 외부에서 가해지는 침해로부터 보위함으로써 헌법이 그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그가 보호하여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그 방어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스스로 제한할 수 있음을 유보한 것이며(중요사항 헌법유보설) 그 유보된 내용(내재적 내용)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형성토록 한 것이고(의회유보설), 따라서 같은 조항에 의한 법률인 병역법은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한 헌법의 내재적 내용을 실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국방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한편, 그 국방의무와 관련된 신체의 자유는 물론 이 사건에서 특히 문제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법률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이는 법률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창설한 것이 아니라 헌법의 규정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 스스로 예정하고 있는 기본권의 제한 또는 한계에 관한 헌법 내재적 내용을 구체화한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국방의무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국가보위를 위한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와 개인의 기본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상충되는 곳에서 두 헌법적 가치의 실정법적인 경계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예정하고 있는, 법률 스스로 설정한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2) 우리 헌법은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 사이의 상충 문제에 대한 해결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반대의견은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기본권 제한의 요건을 심사기준으로 삼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과잉금지원칙은 헌법적 가치인 기본권과 법률적 가치인 입법목적 및 이를 위한 수단이 서로 저촉되는 경우 헌법적 가치인 기본권을 우위에 놓는 판단 형식이다. 즉,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입법적 조치의 적정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만 아니라, 실현하려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커야 한다는 등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을 위하여 이를 제한하는 입법 또는 공익이 희생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억제적인 소극적 심사기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헌법적 가치 상충에 대한 해결방안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는 실제적 조화의 원칙은, 상충하는 두 기본권(헌법적 가치)이 모두 존중되어 최대의 효력을 발생할 수 있는 상보적인 최적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 두 심사기준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등위의 헌법적 가치들의 상충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이라는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제정자의 의지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여 어느 일방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헌법적 가치 사이의 상충을 해결하는 기준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와 같은 가치 상충의 해결이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입법적 형성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헌법 스스로 서로 저촉될 수 있는 가치를 헌법질서 내에 수용하면서 그 상충관계를 해결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것은, 입법자가 상충하는 가치를 둘러싼 이익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법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치적 지향점이 담겨 있는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여 상충하는 각 가치가 갖는 타당영역 사이의 경계를 법률로 설정하라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헌법적 요청은 헌법이 구체적 사항의 형성을 법률에 유보한 경우에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입법자는 이와 같이 헌법적 가치가 상충하는 영역에서 합리적인 경계를 설정할 법정립 권한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입법자에게는 입법의 기초가 되는 인식적 사실의 파악(객관적 판단)에 있어서는 일정한 진단의 여지(Prognosespielraum)가, 입법의 방식ㆍ내용ㆍ형식의 결정(주관적 판단)에 있어서는 일정한 형성의 자유(Gestaltungsfreiheit)가 원칙적으로 귀속된다. 이는 입법자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입법재량이 부여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헌법 스스로 일정한 공익 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그 기본권 제한의 기초가 된 헌법적 가치(공익)를 기본권보다 우위에 두겠다는 헌법제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는 헌법이 요구하는 공익의 실현에 있어서 보다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입법자에게 입법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하여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 특히 양심의 자유가 국가가 법질서 유지와의 상관관계 아래 은혜적으로 용인한 범위에 국한되는 명목상의 것으로 전락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입법자의 입법재량도 일정한 한계를 갖게 마련이다.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입법적 형성을 한 경우에 사법적 심사의 범위는 입법자의 입법재량 행사가 그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에 국한되고, 그 심사에 있어서의 기준은 입법권한의 행사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서 정의와의 모순을 감내할 수 없는 정도의 것인지, 즉,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섰는지 여부 내지는 입법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자의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같은 심사기준의 차이는 심사의 논증 구조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위헌성에 대한 입증책임 또는 논증책임의 분배에 있어서 실질적인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과잉금지원칙에 의하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과도한 침해가 아니라는 점(특히 실현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위헌으로 판단되게 되는데 반하여, 입법재량이 인정된다면, 입법자가 입법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그 한계를 넘었다는 점, 즉, 자의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그 법률은 합헌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입법의 기초가 될 만한 과거 또는 장래의 사실이 입증 곤란에 빠진 경우 두 심사기준은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존재한다.
(4) 이와 같은 심사기준 등에 관한 헌법해석은 종래 우리 헌법재판소가 취해 온 입장과 일치한다. 즉, 헌법재판소는 1992. 4. 28. 90헌바27등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자의 근로3권과 관련하여 기본권의 주체에 관한 제한을 두고 있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제2항이 근로3권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범위를 “사실상의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 한정한 것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은 입법권자가 근로3권의 향유주체가 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기 위하여 헌법 제33조 제2항이 입법권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형성적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따라서 헌법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결정은 헌법 스스로 기본권을 제한한 경우에 입법자의 형성적 재량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조항이 헌법 제33조 제2항의 법률유보에 내재하고 있는 목적에 어긋나는지 여부 및 헌법상 근로자에 대한 근로3권의 보장을 통하여 실현되어야 할 가치질서와, 합리적인 직업공무원제도의 유지ㆍ발전을 통하여 달성되어야 할 주권자인 전체국민의 공공복리의 목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여부 등을 합리성 판단의 범위 내에서 심사하였을 뿐,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엄격한 심사는 하지 아니하였다.
또, 헌법재판소 1995. 12. 28. 선고 95헌바3 결정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헌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가배상청구권을 헌법 내재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제29조 제2항에 직접 근거하고,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같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헌법 스스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 그 기본권 침해 여부의 심사는 일반의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과는 같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5) 따라서 반대의견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헌법 스스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헌법 제39조가 지니고 있는 중요사항 헌법유보 및 의회유보원칙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여 잘못된 심사기준을 선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종래 우리 헌법재판소가 취해 온 심사기준 및 심사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역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약함으로서 헌법 제19조가 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로써 병역의무를 강요하는 국면에서, 헌법 제39조 제1항을 비롯한 헌법 제5조 제2항 등이 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가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적 가치, 즉,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수호 또는 좀더 구체적으로 보아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 제39조 제1항은 기본권 제한을 명시함으로써 기본권보다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위에 놓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매우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 내지는 입법기초사실의 인정 및 정책수단의 선택이 명백히 자의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 등이 입증되어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2)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 정의의 수인한계를 넘어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양심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 생명, 재산권, 표현, 집회, 직업의 자유 등은 기본권 주체의 개인적ㆍ주관적인 내적 상황과 관계없이 보장되고 또한 국가권력에 의하여 침해 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어떤 법규정이 한 개인의 위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이 법규정이 다른 개인에 적용되는 경우 또한 그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양심의 자유는 본질상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결정과 국가법질서의 충돌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필연적으로 개인적이며 이로써 법규정이 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하여 다른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반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입법자에게 법률의 제정시 이와 같이 개인적이고도 일반화할 수 없는 양심상의 갈등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하여 사전에 예방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일반조항을 둘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와 같은, 조감할 수 없는 무수한 개별적 양심갈등 발생의 가능성에 비추어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대안을 제공해야 할 입법자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부과할 수가 없고 위와 같은 규정의 미입법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그 법률이 위헌적 법률이 되는 것이 아니다(Vgl. Herdegen, Gewissensfreiheit und Normativität des positiven Rechts, S. 286f).
이와 같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제정함에 있어서 양심보호의 일반적 규정을 규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바로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일탈하여 정의의 관점에서 수인할 수 없는 정도의 위헌적 법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이념을 내용으로 하는 양심을 가진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정의와 모순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이른바 양심범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정의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이를 소극적인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임에도, 이를 억압하고 제재를 가하는 실정법률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의와 모순ㆍ갈등을 빚게 되는 것으로서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심 가운데서도 특히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진지하고 절박한 구체적인 양심이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양심이 아님은 물론, 그 가치 판단의 일관성 내지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양심이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되어 문제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종교를 신봉하여 그 교리에 따른 양심의 명령 때문에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은, 단순한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는 한 전쟁을 비롯한 모든 폭력행위를 금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양심이 과연 그 가치 판단의 일관성 내지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양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와 같은 비폭력을 존중하는 양심을 가진 자에 대하여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위해가 가해질 경우 그가 과연 무력의 행사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공권력에 의한 보호를 전적으로 포기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어(헌법 제5조 제1항) 대한민국의 국방력의 유지는 이러한 자기방어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병역의무의 거부는 이러한 자기방어의 포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일 위와 같은 병역거부자가 공권력의 무력 행사에 의한 자기방어적인 보호까지도 전적으로 포기하였다면, 그의 양심과 사상의 일관성과 보편성이 인정될 수 있고 또 존중받을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국가의 영역 내에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국 국가 공권력의 무력에 의한 보호, 즉 제도화된 폭력에 의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이러한 공권력의 무력에 의한 보호를 거부하였다는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국가 공권력의 주요부분을 구성하는 무력의 형성ㆍ유지에 기여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공권력에 의한 자신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보호는 향유하겠다고 한다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갖고 있다는 양심이라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가치를 동시에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비폭력을 지향한다는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은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 일관성 및 보편성을 지닌 진지한 가치체계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심각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회의는 병역거부자들이 징역형과 그에 결부되는 직업생활상의 장애, 사회적 냉대라는 큰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양심을 주창하였다는 점만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널리 인정되고 국제적으로 그 수용이 요구된다는 점만으로 제거될 수 없는 근본적인 성격의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동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동체의 장래를 위하여 이 문제에 관하여 보다 진지하게 고뇌할 것을 명하고 있다. 그런데 적어도 제청신청인을 비롯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들의 현시점의 주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명은 물론 진지한 고민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양심이라는 것을 일관성 및 보편성을 지닌 진지한 가치체계를 가진 양심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일관성 및 보편성을 결한 이율배반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의 보호대상인 양심에 포함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를 우리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의의 한 규준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의 부과가, 진지한 양심범에 대한 박해로서 입법권한의 행사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서 정의와의 모순을 감내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조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먼저 국가가 병역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헌법에 의하여 설정된 입법목적, 즉, 국방력의 유지 나아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수호 등의 달성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벌적 제재가 양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형사처벌을 선택하는 자로 하여금 집총복무에 응하도록 하는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형벌적 제재의 일반예방적 효과로 인하여 진지성을 결한 양심을 구실로 한, 다른 사람에 의한 병역기피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적 제재의 목적적합성은 쉽게 수긍될 수 있다. 특히 병역법에 규정된 형벌은 자연범이 아닌 법정범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와 같은 일반예방적 효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형벌의 중핵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쟁점은 그와 같은 형벌적 제재는 타인에 대하여 물질적 해악을 가한 바 없는 양심범에 대한 제재로는 과도한 것이어서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어야 하는가의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청신청인은 대체적 민간복무제(이하 ‘대체복무제’라 한다)에 의한 양심과 병역의무 간의 충돌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 자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병역법 제3조, 제5조 등의 조항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병역의무 자체의 변경을 초래하는 대체복무제는 병역의무를 명하는 위 조항들이 심판대상이 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절차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판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한 판단은 이 사건 심판범위에 속할 수 없다(이와 같은 혼란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문제 삼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만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제청법원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대체복무제가 완화된 제재의 한 유형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장된 것이라면, 대체복무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무 자체의 변경을 가져 올 수는 있어도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라고 보기는 어렵고, 국가가 스스로 병역의무에 수정을 가함이 없이 이를 부과한 이상 이를 위반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부정적 가치평가와 비난을 가함으로써 국민들에 대하여 규범적인 당부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에 대한 법률 효과로 가치중립적인 봉사활동이라든지 대체복무만을 귀속시킨다면 국가 스스로 정의와 규범의 수호자로서의 지위를 방기한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완화된 제재의 한 유형으로 보는 관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면 나아가 제재수단이 과도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형벌은 공법상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 중 가장 강력하고 가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3년 이하의 유기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어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상당하다. 공법상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는 위와 같은 행정형벌 외에도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벌을 상정할 수 있으므로, 과연 병역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형벌을 선택하였어야만 하는가, 형벌을 선택한다면 보다 완화된 형의 종류를 규정할 수는 없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인 현역의 복무는 2년 내지 2년 4월의 범위 내에서 과하여 질 수 있고(병역법 제18조), 그 복무기간은 일정한 국방상 필요한 경우 1년의 기간 이내에서 연장될 수 있으며(같은 법 제19조), 이와 같은 현역 복무는 강제징집의 형태로 이루어져 개인의 자유가 상당 정도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유기징역형과 의무위반은 일응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인다.
물론 국방력 유지의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되어 형벌이라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새로운 완화된 제재수단의 창설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재수단의 완화는 그와 같은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었음에도 국방력의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전제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청신청인은, 대체복무제를 인정할 경우 병역기피자 양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것은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합숙생활 등에서 현역복무에 상응하는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면 문제가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병인원의 0.2% 정도인 점과 현대전이 과학전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 등에 비추어 볼 때, 대체복무제의 실시는 국방에 위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인력사용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국방부장관과 병무청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복무여건이 열악한 현실에서 대체복무를 인정하게 되면,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고, 더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기 위한 심사절차의 엄격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징병제의 획일성과 통일성이 손상되어 징병제가 와해될 우려가 있으며, 나아가 현역복무와 동등한 고역의 정도를 가진 업무를 군대 밖에서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대체복무제를 국가안전보장과 조화로운 제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병역의무 및 제재수단의 완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하여는 각자 취하고 있는 입장에 따라 서로 상이한 전망을 내 놓고 있는 상태인데다가, 특히, 출산율 저하로 인한 징집가능 인원이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 제재 등의 완화는 양심을 빙자한 병역거부의 동기를 새로이 부여할 수 있다는 점, 영향력 있는 종교단체가 교리의 발전 등을 이유로 집총거부를 선언하거나 집총거부를 교리로 선택한 종교단체가 새로이 설립되어 그 교세가 급격히 확대된다면,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현대전이 과학전화된다고 하여 병력의 규모가 갖는 중대성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고, 적대세력의 병력의 규모와의 상대적 균형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 보면,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비율이 낮다는 사정 등만으로 장차 국방력 유지에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병역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어도 필요한 국방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미래의 상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입법자가 상정 가능한 어느 상황을 입법의 기초로 삼아 이에 상응하는 입법적 형성을 하였다면, 이를 들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국방력 유지에 지장이 없음에도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자의적인 입법을 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권으로 제반사정을 살펴보더라도, 이와 관련한 장래 사실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반면, 자의적인 입법이라는 점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도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벌의 제재를 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4)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느 모로 보나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위헌인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마. 다수의견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입법자에게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단계에서 문제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서로 모순되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측면을 갖고 있어 그 양심이라는 것이 과연 헌법적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우리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관한 회의가 충분히 제거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이러한 법철학적, 정치사상적인 문제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답을 제시함이 없이, 일정 병역거부자들을 진지한 양심주창자라고 규정하고, 나아가 사회단체의 의견표명, 국제적 추세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 대한 배려에 관한 검토를 권고하는 입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더구나 제도 변경에 따른 국방력 유지 가능성에 대한 전망 또한 불투명한 상태에서,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입법사실의 인정과 정책수단의 선택에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입법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권고를 하는 것은 자칫 사법권한에 의한 입법권한에 대한 간섭 또는 침해로 비추어질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아직도 정당한 입법의 방향에 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이 없는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권고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바. 결 론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에 있어서는 견해를 달리 하므로 이에 별개의견을 밝히는 바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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