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하다

한국 병역거부 운동의 중요한 한 걸음

지난 2007년 9월 18일, 한국 국방부가 4개월 전에 발표했던 자신들의 입장을 바꿔서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한국 병역거부 운동은 하나의 큰 성과를 이룬 셈이다.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은 1939년부터 존재해왔지만, 이들의 존재는 철저히 대중들에게 가리워져 있었다. 2001년이 되기 이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병역거부로 인해 수감 생활을 겪어 온 10,000명이 넘는 여호와의 증인들에 대해 알지 못했고,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최초로 병역거부권을 부정했던 1969년의 일도 알려지지 않았었다.

2002년 비(非)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자가 처음으로 출현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국 병역거부 운동은 특히나 현재 수감된 1,000명에 달하는 병역거부자들의 숫자를 언급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한편 국내외 법적 절차를 통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병역거부자의 형기가 3년에서 18개월로 줄어든 이후로 국내 차원의 입법 노력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2004년에 있었던 대법원 그리고 이에 곧바로 이어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모두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였다.( 'Co-update' 2004년 9월호 참조). 이렇게 국내 사법 절차에서 구제받지 못한 뒤에 두 명의 병역거부자 케이스가 개인통보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접수되었다.

한편 2005년 12월 15일에는 국가인권위에서 성명을 내어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당시 국방부는 이에 다음처럼 말하였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라는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충분한 병력자원이 존재하며 여론의 합의가 있다면 병역거부자들을 인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Co-update, 2006년 2월, 17호를 참조)

2006년 11월에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정례 보고서에 대해 자유권 규약에 따사 검토를 한 뒤에 병역거부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사국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병역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을 인정하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규약 제18조에 일치하는 입법을 제정할 것을 장려한다. 이 점에서, 위원회는 사상,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22의 11항(General Comment 22, para.11)에 당사국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CCPR/C/KOR/CO/3, 28 November 2006).

이에 이어서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병역거부자들이 제출한 두 건의 개인통보와 관련하여 역사에 남을만한 판결을 내렸다. 자유권위원회는 “이상에서 인정된 사실들이 각 통보인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위 규약 제18조 1항을 위반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결론짓는다.”라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CCPR/C/88/D/1321-1322/2004, 23 January 2007).

이번 국방부의 발표는 전 국가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국방부는 병역법 개정과 관련하여 내년 말까지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 의견수렴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법 개정은 입법부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빠르면 2009년 1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정되는 대체복무를 도입하기로 한 국방부의 이번 결정이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여론의 동의 하에 사회복무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혀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국방부의 이번 결정에 보이콧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 노무현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입법 처리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겨울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이 당선될 경우에 현재 여론조사에서 보여지는 대체복무 도입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등에 업고 법안 상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조사 여론결과에 따르면 병역거부권 인정에 관한 지지 여론은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병역거부를 지지했던 사람의 비율이 지난 2005년에는 23.3%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39.9%로 치솟았고, 2007년 9월 19일자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사회복무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한 직후인 7월 10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50.2%의 사람들이 대체복무도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계획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사회 복무 분야 중 소록도의 한센병 치료 병원이나 이외 200여개의 특수의료기관처럼 가장 노동 강도가 센 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이와 같은 병원들에서는] 약 19,500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을 24시간 수발할 수 있도록 총 약 750명의 병역거부자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기간은 현역 군복무기간의 두 배인 36개월이 될 전망이다.

다른 사회복무 사병들과 달리 병역거부자들은 1주의 기초 군사훈련 과정을 받지 않게 된다. 대체복무를 마친 뒤에 병역거부자들은 다른 현역복무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기간의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 적합자로 판별받기 위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대체복무 지원자의 성격이나 전과 기록 역시 이 심사과정에 반영이 될 것이다.

국방부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을 발표한 같은 날에 국회에서는 국방부가 제출한 군복무 기간 단축 법안(2014년까지 현재의 복무기간에서 6개월을 줄이는 방안)을 승인하였다. 현행법 상 18세에서 30세 사이의 건장한 한국 남성은 모두 최소 2년의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출처: 홍영일, '한국에서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의 역사', 부러진 총 59호, 2003년 11월 ; AP통신, '한국, 대체복무 도입 예정', 2007년 9월 18일 ; 연합뉴스, '뉴스 종합', 2007년 9월 19일, 한겨레, 2007년 9월 19일.